조선 말, 함경도 함흥에 한 늦깎이 의인이 있었습니다. 무과에 급제한 무인이자 평생 『주역』을 끼고 산 학자였고, 끝내 우리 고유의 의학을 세운 사람 — 동무 이제마(東武 李濟馬, 1837~1900)입니다. 그는 "사람마다 타고난 몸이 다르니, 같은 병이라도 그 치료가 달라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제마는 1837년 함경도 함흥에서 태어났습니다. 전주 이씨로 조선 왕실의 방계 혈족이었으나 서자(庶子)였습니다. 신분의 굴레가 컸던 시대였지만 어려서부터 영민하여 열세 살에 향시(鄕試)에서 장원을 했고, 무엇보다 『주역(周易)』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그는 1872년 서른여섯의 나이에 무과(武科)에 급제한 무인이었습니다. 진해현감(1886)과 고원군수(1897)를 지냈고, 만년에는 함흥에 한의원 보원국(保元局)을 열어(1898) 사람들을 돌보다 1900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관직에 있으면서도 그의 눈은 늘 사람을 향해 있었고, 같은 약을 써도 누구는 낫고 누구는 도리어 상하는 것을 보며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키워 갔습니다.
1894년, 이제마는 마침내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을 펴냅니다. '동쪽 나라의 의학으로 세상을 오래 살게 하고 근본을 보존한다'는 뜻을 담은 이름입니다. 그는 사람을 태양인·소양인·태음인·소음인 네 체질로 나누고, 체질마다 타고난 장부(臟腑)의 짜임이 달라 성격·감정·잘 걸리는 병까지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이제마, 『동의수세보원』(1894) · 사진 © 이강철 2019,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사상의학의 뼈대는 장부대소(臟腑大小)입니다. 사람마다 어떤 장기는 기능이 활발해 '크고', 그 짝이 되는 장기는 상대적으로 '작게' 타고난다고 보았습니다. 폐(肺)와 간(肝), 비(脾)와 신(腎)이 서로 짝을 이루며, 이 치우침이 곧 체질이 됩니다.
사상의학이 다른 의학과 크게 다른 점은 감정과 마음씀을 병의 중요한 뿌리로 본 것입니다. 이제마는 네 감정 — 기쁨(喜)·노여움(怒)·슬픔(哀)·즐거움(樂) — 이 각각 장부와 이어져 있어, 어느 한 감정이 지나치게 치우치면 그 장부가 상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약과 음식만큼이나 감정을 고르게 다스리는 일을 중요한 양생으로 여겼습니다.
이제마는 "집집마다 의학을 알고, 사람마다 자기 병을 알아야 세상이 건강해진다"고 했습니다. 사상의학은 무엇보다 스스로 자기 체질을 알고 그에 맞게 살아가는 예방의 의학입니다. 다만 체질은 겉모습 한두 가지로 쉽게 단정할 수 없으며, 체질에 따라 약을 쓰는 일은 반드시 한의사의 진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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