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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 중의 으뜸

개두릅, 엄나무가 내미는
봄의 첫 순

잡귀를 막는다 하여 대문에 걸던 가시나무, 엄나무.
그 가지 끝에 돋는 새순이 두릅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개두릅입니다.

海 桐 · 개 두 릅 · Kalopanax septemlobus

학명Kalopanax septemlobus
두릅나무과(Araliaceae)
핵심 특징엄나무(음나무)의 새순
가장 진한 향과 쌉쌀함
약리·약재껍질은 해동피(海桐皮)
사포닌 · 리그난 · 루틴
개두릅(엄나무순)

"두릅에도 격(格)이 있습니다." 참두릅·땅두릅과 더불어 봄 산을 대표하는 나물 가운데, 사람들이 한결같이 으뜸으로 꼽는 것이 바로 개두릅입니다. 개두릅은 가시투성이 큰키나무인 엄나무(음나무)가 봄에 내미는 첫 순입니다. 예부터 그 가시 돋은 가지는 잡귀를 막는 신목(神木)으로 대문에 걸렸고, 껍질은 해동피(海桐皮)라는 약재로 쓰였습니다. 쌉쌀한 향 끝에 은은히 도는 인삼 향, 그 깊은 봄맛의 정체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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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두릅이란 — 엄나무의 첫 순

개두릅은 엄나무(음나무, Kalopanax septemlobus)의 가지 끝에 돋는 어린 새순입니다. '두릅을 닮았다'는 뜻에서 개두릅이라 불리지만, 정작 그 맛과 약효는 참두릅을 능가한다 하여 두릅 가운데 으뜸으로 칩니다. 참두릅보다 쌉쌀한 맛과 향이 훨씬 진하고, 오래 씹으면 은은한 인삼 향이 입안에 퍼집니다.

엄나무는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키 큰 나무로, 다 자라면 높이 25~30m에 이르고 수백 년을 사는 장수목입니다. 어린 가지와 줄기에는 굵고 날카로운 가시가 빽빽하게 돋아 있어, 봄에 그 가시 사이로 솟아오르는 첫 순을 조심스레 따 먹습니다.

숲에서 자라는 개두릅 새순
막 솟아오른 개두릅 새순 — 가시 돋은 줄기 끝에서 자줏빛 받침잎에 싸인 새순이 펴지고 있습니다. 잎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전, 이 첫 순만을 따서 봄나물로 먹습니다. © Aomorikuma · 2004 · CC BY-SA 3.0

왜 '개'두릅인가

우리말에서 '개-'는 본래 '참-'에 견주어 한 급 낮거나 비슷하지만 다른 것을 가리키는 접두어입니다. 두릅나무가 아닌 엄나무에서 나기에 '개두릅'이라 이름 붙었을 뿐, 맛과 약효로는 결코 참두릅에 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향이 더 진하고 약성이 강해, 산나물을 아는 사람일수록 개두릅을 먼저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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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나무라는 나무 — 가시로 잡귀를 막던 신목

엄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줄기를 뒤덮은 험상궂은 가시입니다. '엄하다'에서 이름이 왔다는 말이 있을 만큼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이 가시 때문에, 엄나무는 오래도록 잡귀와 액운을 막는 신목(神木)으로 여겨졌습니다.

가시 돋은 엄나무 가지를 대문이나 문설주 위에 가로로 걸어 두면 잡귀가 들어오지 못한다고 믿었고, 충청도 일부 지방에서는 도둑을 막아 준다고도 했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봄에는 나물을, 약장에는 약재를, 그리고 집에는 부적을 내어 준 셈입니다.

엄나무 한 그루 海桐 · 음나무 · 두릅나무과 새순 봄에 돋는 첫 순 → 개두릅(봄나물) 두릅 중 으뜸의 향 ★ 이 글의 주인공 껍질 · 뿌리껍질 樹皮 · 根皮 → 해동피(海桐皮) 거풍습 한약재 가시 돋은 가지 棘枝 → 벽사(辟邪)·백숙 대문에 걸고 솥에 넣고 굵은 줄기 材木 → 재목·정원수 수백 년 사는 큰키나무

엄나무 한 그루의 네 가지 쓰임 — 봄의 새순은 개두릅 나물로, 껍질은 해동피 약재로, 가시 돋은 가지는 벽사와 백숙으로, 굵은 줄기는 재목으로 쓰였습니다. 버릴 것 없는 나무입니다.

엄나무 가지의 가시
엄나무의 가시 — 줄기와 가지를 뒤덮은 굵은 가시가 잡귀를 막는다 하여 신목으로 여겨졌습니다. © Sten Porse · 2005 · CC BY-SA 3.0
엄나무의 단풍잎 같은 잎
엄나무의 잎 — 단풍잎처럼 손바닥 모양으로 깊게 갈라진 큰 잎이 특징입니다. © Sten Porse · 2005 · CC BY-SA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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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두릅과 개두릅 — 무엇이 다른가

같은 두릅나무과의 새순이지만, 참두릅과 개두릅은 난 나무가 다르고 맛도 다릅니다. 참두릅이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이라면, 개두릅은 쌉쌀함과 향이 한층 짙고 끝에 인삼 향이 돕니다.

구분참두릅개두릅
난 나무두릅나무(楤木)엄나무(음나무, 海桐)
향·맛은은하고 향긋하며 살짝 쌉쌀합니다.쌉쌀함과 향이 진하고, 끝에 인삼 향이 돕니다.
생김새줄기가 짧고 통통하며 잔가시가 있습니다.줄기가 길고 굵은 가시가 있으며 잎이 큽니다.
약효·평가약효가 좋아 두루 사랑받습니다.약효가 더 강해 두릅 중 으뜸으로 칩니다.
중간~높음중간~높음(고급 산채)

두릅나무과에는 이 둘 말고도 여러해살이 풀인 독활(獨活, 땅두릅), 이름난 보약 뿌리인 인삼, 기운을 보하는 오가피(가시오갈피)가 함께 모여 있습니다. 개두릅의 쌉쌀한 맛 끝에 인삼 향이 도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 가족이 공유하는 사포닌 때문입니다.

"참두릅이 봄의 인사라면, 개두릅은 봄의 정수입니다.
한 번 그 진한 향을 알면, 해마다 봄이면 개두릅을 먼저 찾게 됩니다." — 산나물을 아는 이들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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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엄나무 — 해동피(海桐皮)

엄나무는 새순을 봄나물로 먹을 뿐 아니라, 그 줄기껍질(海桐皮)과 뿌리껍질(海桐根皮)을 오래도록 약재로 써 온 본초(本草)입니다. 초여름에 껍질을 벗겨 가시를 긁어내고 볕에 말려 씁니다.

성미 (性味) 평(平) · 고신(苦辛) Nature & Flavor 성질은 평순하고 맛은 쓰고 매콤합니다. 쓴맛으로 습(濕)을 말리고, 매운맛으로 막힌 것을 풀어 풍습을 흩는 약성으로 풀이됩니다.
귀경 (歸經) 간경 肝經 · Meridian Entry 간(肝)의 경맥에 들어가 작용합니다. 한의학에서 간은 근육과 관절(筋)을 주관하므로, 해동피가 관절과 근맥의 통증을 다스리는 길로 이어집니다.

한의학적 다섯 가지 효능

  • 거풍제습(祛風除濕)풍(風)과 습(濕)을 몰아내는 작용. 풍습으로 인한 관절염·신경통·요통에 두루 쓰여 왔습니다.
  • 통경활락(通經活絡)경락을 통하게 하고 혈을 돌게 함. 사지의 마비·저림과 굴신 불리에 작용합니다.
  • 살충지양(殺蟲止痒)벌레를 죽이고 가려움을 멎게 함. 옴·버짐 같은 피부 질환에 외용으로 썼습니다.
  • 청열지리(淸熱止痢)열을 식히고 이질·설사를 멎게 하는 작용. 장(腸)의 염증을 가라앉힙니다.
  • 진해거담(鎭咳祛痰)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삭이는 작용. 기관지 질환에 보조적으로 쓰입니다.
"해동피는 풍습(風濕)을 몰아내고 경락을 통하게 하여,
허리와 무릎, 사지의 통증을 다스리는 약재입니다." — 본초·동의보감 종합 해석

같은 두릅나무과의 독활(獨活)이 허리·다리의 통증을 다스리고, 오가피가 근골을 튼튼히 하듯, 엄나무 또한 풍습과 관절·근맥을 다스리는 약성을 지닙니다. 한 가족의 식물들이 비슷한 효능으로 갈래갈래 쓰여 온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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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약리 — 세 가지 성분의 힘

한의학이 '거풍습·통락'이라 표현한 엄나무의 약효는, 현대 분석에서 세 갈래의 성분으로 풀려나고 있습니다. 개두릅 새순과 해동피 껍질 모두에서 확인되는 성분들입니다.

사포닌 Kalopanax Saponin 엄나무 특유의 트리테르페노이드 사포닌. 강한 항염·항산화 작용을 하며,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보고되어 관절염·당뇨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두릅의 쌉쌀한 맛이 곧 이 성분입니다.
리그난 Lignan 껍질에 풍부한 항산화 성분. 간(肝)을 보호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이 보고되어, 해동피가 예부터 간경(肝經)에 쓰인 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루틴 Rutin · Flavonoid 혈관을 튼튼히 하는 플라보노이드 계열 성분. 모세혈관을 강화하고 항산화로 혈관 건강을 돕습니다. 비타민과 무기질도 고루 들어 있습니다.

주목받는 효능

  • 항염·관절 — 사포닌의 소염 작용이 관절염·염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됩니다.
  • 혈당 조절 — 사포닌이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하여, 두릅나무과 식물 공통의 항당뇨 작용으로 연구됩니다.
  • 기관지·거담 — 사포닌이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완화해, 기관지 질환에 보조적으로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봄철 보충 — 단백질·칼슘·비타민이 풍부해 겨우내 부족했던 영양을 채우는 고급 봄나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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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는 법 · 손질 · 보관

좋은 개두릅 고르기

  • 크기 — 잎이 활짝 벌어진 것보다, 순이 단단히 뭉쳐 막 벌어지려는 것이 향과 식감이 좋습니다.
  • 색·상태 — 밝은 연두빛에 받침잎의 자줏빛이 선명하고, 마르거나 검게 변한 곳이 없는 것을 고릅니다.
  • 밑동 — 밑동이 지나치게 굵거나 질겨진 것은 센 것이니, 연한 것을 고릅니다.

가시와 밑동 손질

  • 밑동의 단단한 부분과 잔가시를 칼로 도려내고 다듬습니다. 엄나무 가시는 참두릅보다 굵으니 주의합니다.
  • 밑동이 굵으면 열십(十) 자로 칼집을 내어, 데칠 때 속까지 고루 익게 합니다.

개두릅은 반드시 데쳐 먹습니다. 생것에는 위장을 자극하는 성분과 약간의 독성이 있어, 날로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습니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밑동부터 넣어 2~3분 충분히 데친 뒤 찬물에 헹궈, 쌉쌀한 맛을 적당히 우려내고 조리합니다.

엄나무 한 그루
엄나무 한 그루 — 곧게 자라는 큰키나무로, 봄이면 가지 끝마다 개두릅 새순을 내밉니다. 끝순을 따 주면 곁순이 여럿 돋아 이듬해 수확이 늘어납니다. © Sten Porse · 2005 · CC BY-SA 3.0

보관

  • 생것 — 젖은 신문지나 키친타월에 싸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하고, 2~3일 내 먹는 것이 좋습니다.
  • 오래 두려면 — 살짝 데쳐 물기를 짠 뒤 한 번 먹을 분량씩 나눠 냉동하면 향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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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 — 봄맛을 살리는 법

개두릅은 참두릅보다 쓴맛이 강하므로, 잘 데쳐 쓴맛을 적당히 우려내는 것이 조리의 첫걸음입니다. 그 진한 향은 단순하게 즐길수록 더 살아납니다.

다섯 가지 즐기는 법

  • ① 초고추장 무침(숙회) — 데친 개두릅을 초고추장에 무치거나 찍어 먹습니다. 진한 쌉쌀함과 새콤달콤한 장이 가장 잘 어울리는 기본 차림입니다.
  • ② 개두릅전 — 데친 순에 밀가루·달걀옷을 입혀 부칩니다. 쓴맛이 부드러워져 아이도 먹기 좋습니다.
  • ③ 된장 무침·장아찌 — 된장·참기름에 무치거나, 간장에 절여 장아찌로 두면 제철이 지나도 향을 오래 즐깁니다.
  • ④ 개두릅 밥·솥밥 — 데쳐 송송 썬 개두릅을 밥에 얹어 지으면, 쌉쌀한 향이 밥에 은은히 뱁니다.
  • ⑤ 엄나무 백숙 — 가시를 다듬은 엄나무 가지를 닭과 함께 푹 고면, 국물에 약 향이 우러난 보양식이 됩니다. 새순이 아닌 가지를 쓰는 전통 활용법입니다.
데친 개두릅과 초고추장
데친 개두릅과 초고추장 — 잘 데친 개두릅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가장 단순한 차림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양념이 오히려 개두릅 본연의 진한 향을 가장 잘 살립니다. © 경빈마마 · 2009 · CC BY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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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두릅을 즐기는 권유와 주의

개두릅은 일 년 중 봄 한 철, 그것도 짧게 지나가는 고급 산채입니다. 귀한 만큼 욕심내기보다, 제철에 신선한 것을 잘 데쳐 향째 즐기는 것이 개두릅을 가장 잘 누리는 길입니다.

가장 좋은 때

  • 제철은 4월 안팎입니다. 잎이 벌어지기 직전, 순이 단단히 뭉친 첫물 개두릅이 향과 약성이 가장 진합니다.
  • 관절·혈당·기관지를 위해서라면 제철에 데쳐 꾸준히 곁들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주의 사항

  • 반드시 데쳐 먹기 — 생개두릅은 위장을 자극하고 약간의 독성이 있어, 날로 먹으면 안 됩니다. 끓는 물에 충분히 데쳐 조리합니다.
  • 당뇨약·인슐린 복용자 — 사포닌의 혈당 강하 작용이 약효와 겹쳐 저혈당을 부를 수 있으니, 섭취 전 의료진과 상의합니다.
  • 알레르기·체질 — 드물게 두릅나무과 식물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수 있으니, 처음에는 소량으로 시작합니다.
  • 산에서의 채취 — 비슷하게 생긴 다른 식물과 혼동할 수 있고 가시에 다칠 수 있으니, 확실하지 않으면 믿을 수 있는 경로로 구입합니다.

가시 끝에서 피어나는 봄의 정수

개두릅은 가장 험한 가시나무가 내미는, 가장 귀한 봄의 순입니다.
잡귀를 막던 엄나무가 봄이면 잠시 가시를 누그러뜨리고,
인삼 향이 도는 그 진한 첫 순을 우리에게 건넵니다.
잘 데친 개두릅 한 접시에, 봄 산의 가장 깊은 향이 담겨 있습니다.

海 桐 · K A L O P A N A X   S E P T E M L O B U S

참고 자료

  • 동의보감(東醫寶鑑) · 본초강목(本草綱目) — 해동피(海桐皮) 조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음나무 · 엄나무 · 해동피
  • 국립산림과학원 — 음나무 번식·재배 기술 / 산림청 임산물 정보
  • 국립농업과학원 · 식품의약품안전처 — 개두릅(음나무순) 영양성분
  • "A New Triterpene Hexaglycoside from the Bark of Kalopanax septemlobus" — PMC (NCBI)
  • 한의위키 · 약초 자료 — 해동피 성미·귀경·효능
  • Wikipedia(en) — Kalopanax septemlobus, Saponin, Lignan, Rutin

이미지 출처 및 라이선스

  • 개두릅 새순(카드용) — Aomorikuma, 2004, CC BY-SA 3.0
  • 엄나무 가시 — Sten Porse, 2005, CC BY-SA 3.0
  • 엄나무 잎 — Sten Porse, 2005, CC BY-SA 3.0
  • 엄나무 한 그루 — Sten Porse, 2005, CC BY-SA 3.0
  • 데친 개두릅 — 경빈마마, 2009, CC BY 4.0
  • 엄나무 부위별 쓰임 도해 — 감초마켓 자체 제작(SV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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