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버섯
Lentinula edodes참나무류 죽은 나무에 자라는 갈색 갓의 대표 약용·식용 버섯. 렌티난(lentinan)이라는 β-글루칸이 면역 활성을 가져 항암 보조 치료제 원료로 쓰입니다. 국내산 표고는 중국산보다 β-글루칸이 약 10% 높게 검출됩니다.
땅 속에서 보이지 않는 균사로 거대한 도시를 짓고,
비가 온 어느 날 갓을 펼쳐 포자를 쏘아 올립니다.
菌 界 · 子 實 體
"버섯은 식물이 아닙니다."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균사로 양분을 흡수하며, 포자로 번식합니다. 동물에 더 가까운 생화학을 가졌지만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1969년 휘태커(R. H. Whittaker)는 균류를 식물계에서 떼어내 독립된 균계(Fungi)로 분류했습니다. 우리가 보는 우산 모양의 버섯은 균류의 일생 중 '자실체(子實體)'라 부르는, 포자를 만들어 흩뿌리기 위해 잠시 땅 위로 올라온 생식 기관일 뿐입니다.
오랫동안 버섯은 식물로 분류되었습니다. 한 자리에 붙박여 있고, 흙에서 솟아나며, 줄기처럼 보이는 자루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세포 구조와 생화학 연구가 진전되면서 그것이 결정적인 오해였음이 드러났습니다.
버섯은 엽록소가 없습니다. 광합성으로 양분을 만드는 식물의 핵심 능력이 없는 것입니다. 대신 다른 생물체에서 양분을 얻습니다. 죽은 나무·낙엽을 분해해 흡수하거나(부생성, 腐生性), 살아 있는 나무 뿌리와 영양을 주고받거나(균근성, 菌根性), 다른 생물에 기생합니다. 이 점에서 버섯은 식물보다 동물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균계와 동물계는 약 11억 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진 자매 계통입니다.
우리가 '버섯'이라 부르는 것은 균류 전체가 아닙니다. 땅속·나무 속에는 균사(hyphae)라는 가는 실 모양의 본체가 거대하게 퍼져 있고, 우리 눈에 보이는 우산 모양의 것은 그 일부가 잠시 지상에 솟아 만든 생식 기관, 즉 자실체입니다.
미국 오리건주 말리어 국유림(Malheur National Forest)에서 발견된 한 그루의 잣버섯(Armillaria ostoyae) 균사체는 면적이 약 9.65 km²(여의도의 약 3.3배)에 달하며, 나이는 2,400년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단일 생물체입니다. 우리가 그 위를 걸으면서도 모르는 것은, 그것이 평소엔 보이지 않는 균사로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식용·독을 가르는 첫 단서는 모양에 있습니다. 다만 모양 하나로 단정할 수 없을 뿐, 모양을 정확히 읽어야 종을 동정(同定)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버섯 도감을 펼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이 구조도입니다.
사진은 광대버섯(Amanita muscaria) — 갓·자루·턱받이·대주머니가 한 송이에 또렷이 보여 anatomy 학습의 표준 모델입니다. © Tony Wills · 2009 · CC BY-SA 3.0
특히 주의 깊게 봐야 할 부위는 ⑤ 대주머니(volva)입니다. 자루 밑동을 컵 모양으로 감싸고 있는 흰 막인데, 맹독 광대버섯류(Amanita)의 결정적 단서입니다. 산에서 버섯을 캘 때 자루를 흙에서 뚝 끊어 가져오면 이 부분을 놓치기 쉬워, 식용으로 오인하기 가장 쉬운 자리이기도 합니다.
주름(②) 자리는 종에 따라 관공(管孔, 그물버섯류) 또는 침상(針狀, 능이버섯류)으로 바뀝니다. 갓 아래를 들춰 보는 일은 버섯 동정의 첫 걸음입니다.
전 세계 약 14만 종의 균류 중 사람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은 약 2,000여 종, 그중 한국에서 식용으로 검증된 것은 200~300종 정도입니다. 그중 산업적으로 재배되는 것은 표고·양송이·느타리·새송이·팽이 등 10여 종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여전히 자연의 시간에 맞춰 그곳에 가지 않으면 만날 수 없습니다.
참나무류 죽은 나무에 자라는 갈색 갓의 대표 약용·식용 버섯. 렌티난(lentinan)이라는 β-글루칸이 면역 활성을 가져 항암 보조 치료제 원료로 쓰입니다. 국내산 표고는 중국산보다 β-글루칸이 약 10% 높게 검출됩니다.
9~10월 적송 뿌리와 공생하는 균근성 고급 버섯. 인공 재배 불가, 자연 채취에만 의존합니다. 특유의 송향(松香)이 강하고 가격은 ㎏당 수십만 원을 호가합니다. "가을의 황금"이라 불립니다.
활엽수 죽은 줄기에 부채 모양으로 무리지어 자랍니다. 부드러운 식감과 낮은 칼로리(100g당 약 23kcal), 풍부한 식이섬유와 엽산(빈혈·우울 예방) 덕분에 다이어트·일상식에 두루 쓰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버섯. 갓이 펴지지 않은 흰 양송이부터 완전히 자란 갈색 포토벨로까지 같은 종입니다. 셀레늄·구리·비타민 B군이 풍부하며, 서양 요리의 기본 식재로 정착해 있습니다.
참나무 원목에 종균을 접종하고 1~2년 숙성시켜 자실체를 발생시키는 전통 재배 방식. 톱밥 배지 재배보다 향과 식감이 진하며, 국내 산지에서는 강원·충북의 임가가 대표 산지로 손꼽힙니다.
붉은 옻칠을 한 듯한 단단한 갓이 특징인 약용 버섯. 동의보감에서는 "불로장생초"로 등장합니다. 가노데르산(ganoderic acid)과 β-글루칸이 풍부해 면역 조절·간 보호 연구가 활발합니다. 너무 단단해 끓여서 차로 마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외에도 능이(Sarcodon aspratus)는 송이와 함께 가을의 양대 진미로 꼽히며, "일 능이, 이 표고, 삼 송이"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다만 송이가 워낙 비싸 시장에서는 송이의 가치가 더 높게 매겨집니다. 자연산 채취에만 의존한다는 점이 능이의 또 다른 가치입니다.
독우산광대버섯 · 흰알광대버섯 · 알광대버섯 · 개나리광대버섯 등이 함유한 아마톡신(amatoxin)은 간세포의 RNA 중합효소를 정지시켜 간이 말 그대로 '죽도록' 만듭니다. 섭취 후 6~24시간 잠복 뒤 구토·설사가 나타나며, 그 사이 잠시 멀쩡해 보이는 '거짓 회복기'에 환자는 안심하지만, 2~4일 뒤 급성 간부전과 신부전이 닥칩니다. 중독 60시간 이내 응급 치료 시 사망률 약 10%, 60시간 이후엔 50~90%로 치솟습니다.
전체가 순백색. 식용 흰주름버섯과 매우 닮아 가장 흔히 오인됩니다. 자루엔 섬유상 물결무늬, 밑동엔 흰 대주머니. KOH 용액을 갓에 떨어뜨리면 노랗게 변합니다. 한 송이로도 성인 치사량.
세계 버섯 중독 사망의 가장 큰 원인. 갓은 올리브빛 녹색~황갈색, 자루엔 뱀가죽 무늬. 어릴 때 둥근 알 모양에서 갈라져 나와 식용 말불버섯이나 주름버섯과 오인됩니다. 단 하나의 자실체에 든 아마톡신만으로 성인을 사망시킵니다.
밝은 노란색이라 식용 개암버섯·뽕나무버섯으로 오인되기 쉽습니다. 맛이 매우 쓰며 섭취 후 6~8시간 뒤 혀 마비·심한 구토·경련. 나무에서 다발로 자라는 노란 버섯은 식용일 거라는 통설이 만든 대표 사고 사례입니다.
활엽수 죽은 줄기에 부채 모양으로 자라 느타리버섯과 식별이 매우 어렵습니다. 어두운 밤 주름이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발광 현상이 결정적 단서이지만, 채취 시점엔 알기 어렵습니다. 일루딘(illudin) 함유, 격한 구토·설사를 유발합니다.
붉은 사슴뿔처럼 솟아오른 기괴한 모양. 일본·한국에서 사망 사례가 보고된 세계적 맹독종입니다. 피부에 닿기만 해도 염증·괴사를 일으킬 수 있어 산에서 마주쳤을 때 절대 만지지 말아야 합니다. 트리코테센류(trichothecene)라는 곰팡이독을 함유해 섭취 시 피부 박리·내장 출혈·다발성 장기 부전을 일으킵니다. 버섯이 가진 모든 위험을 한 개체에 모은 듯한 존재입니다.
이 외에도 흰알광대버섯(Amanita verna)은 독우산광대와 함께 국내 사망 사례 대부분을 차지하는 또 다른 흰색 광대버섯입니다. 자루가 거의 매끈해 독우산광대(섬유 무늬)와 구별되지만, 비전문가에겐 둘 다 식용 주름버섯·말불버섯과 같아 보입니다. "흰색 갓 + 자루 밑동 대주머니"의 조합이 보이면 절대 채취해서는 안 됩니다.
독버섯과 식용버섯을 가른다고 알려진 민간 상식 대부분이 과학적 근거가 없습니다. 농촌진흥청·산림청·국립수목원이 공식적으로 부정한 잘못된 구별법을 정리했습니다.
"색깔이 화려하면 독버섯이다"
달걀버섯은 갓이 선명한 주황색에 자루는 노란색으로 매우 화려하지만 최고급 식용 버섯입니다. 반대로 가장 치명적인 독우산광대버섯은 흰색 일색의 소박한 모양입니다. 색깔로는 절대 가릴 수 없습니다.
"은수저가 변색되면 독버섯이다"
은수저 변색은 황화수소(H₂S) 같은 황 화합물 때문에 일어납니다. 독우산광대버섯의 아마톡신은 황을 포함하지 않아 은수저를 전혀 변색시키지 않습니다. 반대로 식용 표고버섯에 은수저를 넣으면 표고의 자연 황 성분 때문에 변색되기도 합니다.
"세로로 찢어지면 식용이다"
버섯은 세로 방향으로 빠르게 자라기 때문에 맹독 광대버섯류도 세로로 잘 찢어집니다. 찢어지는 방향은 식용·독성과 무관합니다.
"벌레가 먹은 버섯은 안전하다"
곤충과 사람은 독성 대사 경로가 다릅니다. 광대버섯 아마톡신은 달팽이·곤충에게는 거의 무해해 잘 갉아 먹습니다. 벌레가 먹은 자국은 안전성의 어떤 증거도 되지 않습니다.
"나무에서 자라는 버섯은 식용이다"
화경버섯·노란다발·붉은사슴뿔버섯은 모두 나무에서 자라지만 맹독입니다. 자생 환경은 식용 여부의 단서가 되지 않습니다.
버섯이 식탁에 오른 시간은 길지만, 그 약리 가치가 과학으로 풀려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입니다. 핵심은 세 가지 분자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표고·잎새버섯·꽃송이버섯 등 산림 버섯이 함유한 에르고스테롤이 노화·반복 운동으로 생기는 건염(腱炎) 예방에 효과가 있음을 동물 실험으로 확인했습니다. 버섯이 한국인 식탁에서 '면역 식품'으로 정착해 가는 과학적 근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것입니다.
생표고 100g엔 비타민 D가 거의 없지만, 햇빛에 1~2시간 말린 표고 100g에는 권장량의 수 배에 달하는 비타민 D₂가 생성됩니다. 그늘에서 말린 표고에는 이 효과가 없으므로, 실내 건조보다 마지막에 햇빛에 30분이라도 노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버섯은 가을 산을 거닐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만나게 됩니다. 색이 화려해서, 모양이 신기해서, 혹은 향이 좋아서 손이 갑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호기심이 가장 큰 위험입니다.
100% 확신이 없으면 식용으로 보이더라도 절대 먹지 않습니다.
흰색 갓에 자루 밑동이 컵으로 감싸인 것은 광대버섯류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자루 밑동의 대주머니가 가장 중요한 식별 단서입니다. 흙째 캐어 가져옵니다.
구토·설사가 8시간 이후 나타나면 광대버섯류 의심. 남은 버섯·구토물을 함께 가져갑니다.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상담소(044-251-9135)에서 무료 식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식중독은 섭취 직후 ~ 3시간 내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6시간 이상 잠복 후 구토·설사가 시작되면 아마톡신 중독을 의심하고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환자가 멀쩡해 보이는 '거짓 회복기'에 가장 큰 비극이 일어납니다. 황달이 나타나면 이미 간부전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죽은 나무를 흙으로 돌려놓고, 살아 있는 나무와 양분을 주고받으며,
인간에게는 식탁의 향과 약을 내어 줍니다.
그 어떤 생물도 닿지 않은, 식물도 동물도 아닌 제3의 왕국에서
그들은 묵묵히 지구의 순환을 굴리고 있습니다.
菌 界 · K I N G D O M F U N G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