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릅, 인삼과 한 가족인
봄 산의 첫 새순
동의보감은 두릅나무 껍질을 총목피(楤木皮)라 적어 약으로 썼고,
현대 과학은 그 쌉쌀한 맛 속에서 인삼과 같은 사포닌을 찾아냈습니다.
楤 木 · 두 릅 · Aralia elata
"두릅나무 껍질(楤木皮)은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매우며 약간의 독이 있어, 풍(風)을 다스리고 기운을 보하며 저린 것을 낫게 합니다." — 두릅을 약으로 기록한 본초(本草)의 말입니다. 겨우내 잠들었던 산이 가장 먼저 내미는 손길, 바로 두릅나무 가지 끝에 돋는 새순입니다. 쌉쌀하면서도 향긋한 그 맛 속에는, 놀랍게도 인삼과 같은 계열의 사포닌이 담겨 있습니다. '봄나물의 왕'이라 불리는 두릅의 정체와 약효를 살펴봅니다.
두릅이란 — 봄 산이 처음 내미는 새순
두릅은 두릅나무(Aralia elata)의 가지 끝에 돋는 어린 새순입니다. 한자로는 나무 이름을 총목(楤木)이라 하며, 봄이 되어 잎이 피기 직전, 가지 끝에서 단단하게 뭉쳐 솟아오르는 연한 순을 따서 먹습니다. 향긋하고 쌉쌀한 맛이 일품이어서, 예부터 '봄나물의 왕(山菜之王)'이라 불려 왔습니다.
두릅나무는 키 3~4m까지 자라는 낙엽 떨기나무로, 줄기와 가지에 날카로운 가시가 빽빽하게 돋아 있습니다. 잎은 큼직한 깃꼴겹잎이고, 늦여름이면 가지 끝에 자잘한 흰 꽃이 우산처럼 모여 핍니다. 봄 한 철, 이 가시투성이 가지의 맨 끝에서 돋는 첫 순만이 우리가 먹는 두릅입니다.
새순을 먹는 까닭
나무는 봄에 한 해의 모든 성장을 시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돋는 새순에 양분과 활성 물질을 집중시킵니다. 그래서 두릅 새순은 같은 나무의 잎이나 줄기보다 단백질·사포닌·비타민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첫 순을 먹는다'는 것은 곧 한 그루 나무가 봄에 빚어낸 가장 진한 한 입을 먹는 일입니다.
인삼과 한 가족 — 두릅나무과의 사포닌
두릅이 단순한 봄나물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그 족보에 있습니다. 두릅나무는 두릅나무과(Araliaceae)에 속하는데, 이 과에는 인삼·가시오갈피(오가피)·독활 같은 이름난 약용 식물이 함께 모여 있습니다. 즉 두릅은 인삼의 사촌뻘 되는 식물입니다.
이 가족이 공유하는 것이 바로 트리테르페노이드 사포닌(saponin)입니다. 인삼의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가 대표적이듯, 두릅 새순의 쌉쌀한 맛 또한 같은 계열의 사포닌에서 비롯됩니다. 두릅을 두고 '봄나물의 왕'이라 부르는 데에는, 이런 본초학적 혈통이 자리합니다.
두릅나무과라는 한 가족 — 인삼·오가피·두릅나무·엄나무·독활은 모두 두릅나무과로, 같은 계열의 트리테르페노이드 사포닌을 품습니다. 두릅 새순의 쌉쌀한 맛이 곧 그 혈통의 증거입니다.
두릅 삼형제 — 참두릅 · 개두릅 · 땅두릅
흔히 '두릅'이라 부르지만, 시장에서 만나는 두릅은 사실 세 가지로 나뉩니다. 모두 두릅나무과의 새순이라는 점은 같지만, 어느 식물에서 났느냐에 따라 맛과 약효, 값이 달라집니다.
| 구분 | 어디서 나는가 | 맛 · 특징 | 약효 · 값 |
|---|---|---|---|
| 참두릅 | 두릅나무(楤木)의 새순 | 은은하고 향긋하며 살짝 쌉쌀합니다. 줄기가 짧고 통통하며 잔가시가 있습니다. | 흔히 '두릅'이라 하면 이것입니다. 약효·값 모두 중상(中上). |
| 개두릅 | 엄나무(海桐, 음나무)의 새순 | 쌉쌀한 맛과 향이 가장 진합니다. 오래 씹으면 은은한 인삼 향이 돕니다. | 약효가 좋아 으뜸으로 치며, 값은 중간~높음입니다. |
| 땅두릅 | 독활(獨活)이라는 여러해살이 풀 | 나무가 아닌 풀의 순으로, 굵고 줄기가 붉으며 흙내음이 납니다. | 독활은 거풍·진통 약재로 유명합니다. 값은 가장 저렴합니다. |
나무에서 나는가, 풀에서 나는가
참두릅과 개두릅은 가시가 돋은 나무에서 나고, 땅두릅은 풀에서 납니다. 같은 두릅나무과 안에서도 인삼처럼 약성이 강한 뿌리를 가진 식물이 있고(독활), 새순을 봄나물로 즐기는 나무가 있는 셈입니다. 어느 쪽이든 믿을 수 있는 경로로 구입하고, 산에서 직접 채취할 때는 비슷하게 생긴 다른 식물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한의학의 두릅 — 성미와 귀경
두릅나무는 새순을 봄나물로 먹을 뿐 아니라, 그 껍질(楤木皮)과 뿌리껍질(楤根皮)을 약재로 써 온 본초(本草)입니다. 본초학의 고전과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이 그 약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한의학적 다섯 가지 효능
- 거풍제습(祛風除濕) — 풍(風)과 습(濕)을 몰아내는 작용. 관절통·요통·신경통에 쓰여 왔습니다.
- 활혈지통(活血止痛) — 피를 잘 돌게 하여 통증을 멎게 함. 어혈과 저림에 작용합니다.
- 보기안신(補氣安神) — 기(氣)를 보하고 마음을 편안히 함. 기력 저하·불안에 도움이 된다고 전해집니다.
- 건위소식(健胃消食) — 위(胃)를 튼튼히 하고 소화를 도움.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로서의 성질입니다.
- 이수소종(利水消腫) — 물길을 다스려 부기를 가라앉히는 작용. 혈관 속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고 봅니다.
위(胃)를 깨워 입맛을 돋우는 봄날의 보약입니다." — 본초·동의보감 종합 해석
같은 두릅나무과의 독활(獨活, 땅두릅의 뿌리)은 맛이 맵고 쓰며 성질이 약간 따뜻하여, 간·신·방광경에 들어가 거풍습·지비통(止痹痛)으로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다스리는 한약재로 더 널리 쓰입니다. 한 가족 안에서도 새순은 밥상의 봄나물로, 뿌리는 약장의 약재로 갈라져 쓰여 온 셈입니다.
현대 약리 — 사포닌과 단백질이 만드는 효능
한의학이 '거풍·보기·건위'라 표현한 두릅의 약효는, 현대 영양학에서 세 갈래의 성분으로 풀려나고 있습니다.
혈당과 혈관
두릅 사포닌의 혈당 강하 작용은 가장 주목받는 효능입니다. 식후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완만하게 하고, 혈관 속 노폐물 배출을 도와 고혈압·동맥경화 등 혈관계 건강에도 이롭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 작용 때문에 당뇨약·인슐린을 복용 중인 분은 섭취 전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영양의 특징
- 저열량·고영양 — 100g당 약 33kcal로 열량은 낮으나 단백질·무기질이 풍부해, 포만감은 크되 부담은 적습니다.
- 식이섬유 — 장운동을 도와 변비를 막고, 당과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늦춥니다.
- 봄철 보충 — 겨우내 신선 채소가 부족했던 몸에 비타민 C와 기력을 채워 주는 제철 봄나물입니다.
고르는 법 · 손질 · 보관
좋은 두릅 고르기
- 크기 — 너무 자라 잎이 벌어진 것보다, 순이 단단히 뭉쳐 막 벌어지려는 것이 향과 식감이 좋습니다.
- 색·상태 — 밝은 연두빛에 마르거나 검게 변한 곳이 없는 것. 밑동의 자른 면이 촉촉한 것이 신선합니다.
- 밑동 — 밑동이 지나치게 굵거나 질겨진 것은 센 것이니, 연한 것을 고릅니다.
가시와 밑동 손질
- 밑동의 단단한 부분을 칼로 얇게 도려내고, 받침잎 쪽의 잔가시를 칼등이나 손으로 긁어 다듬습니다.
- 밑동이 굵으면 열십(十) 자로 칼집을 내어 두께를 고르게 해야, 데칠 때 속까지 고루 익습니다.
두릅은 반드시 데쳐 먹습니다. 생두릅에는 위장을 자극하는 성분과 약간의 독성이 있어, 날로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습니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밑동부터 넣어 2~3분 충분히 데친 뒤 찬물에 헹궈 조리합니다.
보관
- 생것 — 젖은 신문지나 키친타월에 싸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하고, 2~3일 내 먹는 것이 좋습니다.
- 오래 두려면 — 살짝 데쳐 물기를 짠 뒤 한 번 먹을 분량씩 나눠 냉동하면 향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조리 — 봄맛을 살리는 법
두릅은 데치는 순간 향이 살아나는 나물입니다. 조리의 첫 원칙은 '잘 데치되, 과한 양념으로 향을 덮지 않는 것'입니다.
다섯 가지 즐기는 법
- ① 초고추장 무침(숙회) — 데친 두릅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가장 기본이자 으뜸인 방법. 쌉쌀한 향과 새콤달콤한 장이 잘 어울립니다.
- ② 두릅전 — 데친 두릅에 밀가루·달걀옷을 입혀 부칩니다. 아이도 먹기 좋게 쌉쌀한 맛이 부드러워집니다.
- ③ 두릅 무침 — 데친 두릅을 된장·참기름·마늘에 조물조물 무쳐 밑반찬으로 즐깁니다.
- ④ 두릅 장아찌 — 간장·식초에 절여 두면 제철이 지나도 두릅의 향을 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 ⑤ 두릅 데침 그대로 — 잘 데친 두릅은 그 자체로 향긋합니다. 소금·참기름만 살짝 곁들여도 봄맛이 충분합니다.
두릅을 즐기는 권유와 주의
두릅은 일 년 중 봄 한 철, 산이 가장 먼저 내미는 새순입니다. 귀한 만큼 욕심내어 많이 먹기보다, 제철에 신선한 것을 향째 즐기는 것이 두릅을 가장 잘 누리는 길입니다.
가장 좋은 때
- 제철은 4월 안팎입니다. 잎이 벌어지기 직전, 순이 단단히 뭉친 첫물 두릅이 향과 영양이 가장 진합니다.
- 면역·혈당·소화를 위해서라면 제철에 데쳐 꾸준히 곁들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주의 사항
- 반드시 데쳐 먹기 — 생두릅은 위장을 자극하고 약간의 독성이 있어, 날로 먹으면 안 됩니다. 끓는 물에 충분히 데쳐 조리합니다.
- 당뇨약·인슐린 복용자 — 두릅의 혈당 강하 작용이 약효와 겹쳐 저혈당을 부를 수 있으니, 섭취 전 의료진과 상의합니다.
- 알레르기·체질 — 드물게 두릅나무과 식물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수 있으니, 처음에는 소량으로 시작합니다.
- 산에서의 채취 — 비슷하게 생긴 다른 식물과 혼동할 수 있으니, 확실하지 않으면 채취하지 말고 믿을 수 있는 경로로 구입합니다.
봄 산이 가장 먼저 건네는 한 입
두릅은 겨우내 잠들었던 산이 가장 먼저 내미는 손길입니다.
인삼과 한 가족인 그 새순 속에는, 봄 한 그루 나무가 빚어낸
가장 진한 기운과 향이 담겨 있습니다.
잘 데친 두릅 한 접시에, 봄 산 전체가 들어 있습니다.
楤 木 · A R A L I A E L A T A
참고 자료
- 동의보감(東醫寶鑑) · 본초강목(本草綱目) — 총목(楤木)·총목피·독활(獨活) 조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두릅나무 · 두릅
- 국립농업과학원 · 식품의약품안전처 — 두릅 영양성분(100g 기준)
- 농촌진흥청 · 농업기술센터 산채 정보 — 두릅 재배·손질·조리
-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매거진 — 봄나물 두릅의 효능
- 두릅 사포닌의 혈당·항산화 작용 관련 연구 종합
- Wikipedia(en) — Aralia elata, Aralia cordata, Kalopanax septemlobus, Saponin
이미지 출처 및 라이선스
- 두릅 새순(카드용) — Melsj, 2020, CC BY-SA 4.0
- 갓 채취한 참두릅 — 배누리바느질하는농부, 2011, CC BY-SA 2.0 KR
- 새순이 돋은 두릅나무 — Melsj, 2020, CC BY-SA 4.0
- 개두릅(엄나무순) — 경빈마마, 2009, CC BY 4.0
- 땅두릅(독활) — C1815, 2006, Public Domain
- 데친 두릅 — im akatsu, 2015, CC BY 4.0
- 두릅 숙회 — im akatsu, 2015, CC BY 4.0
- 두릅나무과 가계도 — 감초마켓 자체 제작(SV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