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어떻게 다루었나
동의보감 탕액편이 본, 약을 캐고 말리고 달이고 먹는 옛 지혜「동의보감」은 몸과 병을 다룬 내경편·외형편·잡병편에 이어, 약 자체를 다룬 탕액편(湯液篇)을 따로 두었습니다. 그 맨 앞머리에 놓인 것이 탕액서례(湯液序例)입니다. 여기에는 약을 어느 때에 캐고(採藥), 어떻게 말리며(乾藥), 어떻게 달이고(煮藥·煎藥), 언제 어떻게 먹는지(服藥)에 관한 옛 원칙이 차분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약초 하나하나의 효능을 말하기에 앞서, "약을 다루는 손길" 자체를 중요하게 여겼던 셈입니다. 이 글은 그 옛 방식을 소개하는 교양일 뿐, 스스로 약을 짓거나 달여 먹으라는 권유가 결코 아닙니다.
언제 캐고, 어떻게 말리는가 — 採藥法 · 乾藥法
凡採藥時月 多以二月八月採者 (범채약시월 다이이월팔월채자)무릇 약을 캐는 때는 흔히 이월과 팔월로 잡습니다.
탕액서례의 채약법(採藥法)은 약을 캐는 시기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이른 봄에는 진액이 비로소 싹터 가지와 잎으로 다 퍼지기 전이라 기운이 뿌리에 짙게 모여 있고, 가을이 되면 가지와 잎이 마르며 그 진액이 다시 아래로 돌아 내린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봄·가을의 길목인 이월과 팔월을 약 캐기 좋은 때로 여긴 것입니다. 건약법(乾藥法)에서는 캔 약을 어떻게 말리고 갈무리하는가를 다루었는데, 볕과 그늘, 불기운을 가려 약의 성질을 상하지 않게 말리는 일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같은 풀이라도 캐는 때와 말리는 법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 셈이며, 이는 어디까지나 옛 의서의 관점입니다.
약을 달이는 물과 불 — 煮藥法 · 煎藥法
탕액서례에는 약을 달이는 법(煮藥法·煎藥法)도 정성껏 적혀 있습니다. 어떤 물을 쓰는지, 불을 세게 할지 은근하게 할지, 얼마나 오래 달일지를 약의 성격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흥미롭게도 동의보감 탕액편은 본문 앞쪽에서 물(水部)을 여러 종류로 나누어 다루는데, 이는 만물이 물에서 비롯된다고 본 옛 생각과 맞닿아 있습니다. 약을 달이는 물 한 가지에도 의미를 둔 것입니다. 다만 이런 구분과 방법은 당시의 이해 방식이며, 오늘날 가정에서 그대로 따라 할 일은 아닙니다. 약을 달이는 일은 약재의 선택·용량과 마찬가지로 한의사 등 전문가의 영역으로 남겨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약은 언제 먹는가 — 服藥法
病在胸膈以上者 先食後服藥 病在心腹以下者 先服藥而後食 (병재흉격이상자 선식후복약 병재심복이하자 선복약이후식)병이 가슴 위쪽에 있으면 먼저 먹고 나서 약을 들고, 병이 명치 아래쪽에 있으면 먼저 약을 든 뒤에 먹습니다.
복약법(服藥法)은 같은 약이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약 기운이 가닿는 곳이 달라진다고 보았습니다. 병이 위쪽에 있으면 식후에, 아래쪽에 있으면 식전에 약을 들도록 한 것은, 약을 몸의 어디로 보내고 싶은가에 맞춘 옛 헤아림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식전 복용·식후 복용'을 챙기는 것과 통하는 데가 있어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이는 옛 원칙을 소개하는 것일 뿐, 약을 먹는 때와 방법은 약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처방한 전문가의 안내를 따라야 합니다.
약재와 약차를 슬기롭게
湯 약재·약차를 슬기롭게 다루는 생활 상식 6가지
- 믿을 수 있는 곳에서 구합니다. 약재나 약차용 재료는 출처가 분명하고 검증된 곳에서 구하세요. 어디서 났는지 알 수 없는 약재를 임의로 들이지 않는 것이 안전의 첫걸음입니다.
- 신선하고 잘 마른 것을 고릅니다. 눅눅하거나 곰팡이 냄새가 나는 것, 빛깔이 변한 것은 피하세요. 옛 의서가 약을 말리는 법을 따로 둔 것처럼, 잘 마르고 상하지 않은 상태가 중요합니다.
-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합니다. 약재와 약차 재료는 습기와 직사광선을 피해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두세요. 밀폐 용기에 담아 벌레와 습기를 막고, 오래 묵힌 것은 무리해서 쓰지 않습니다.
- 약차는 가볍게 즐기는 정도로. 보리차·결명자차처럼 일상에서 부담 없이 즐기는 음료 수준으로만 곁들이세요. 진하게 오래 달여 약처럼 마시는 것은 음식·차의 범위를 넘는 일입니다.
- 다른 약과 함께 들 때는 상담합니다. 복용 중인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있다면, 약재·약차를 곁들이기 전에 반드시 의사·약사·한의사와 상의하세요. 함께 들 때 서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이상 반응이 있으면 멈추고 진료받습니다. 약차나 약재를 든 뒤 속이 불편하거나 발진·두통 등 평소와 다른 반응이 나타나면 즉시 중단하고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으세요.
참고 자료
- 「동의보감」 탕액편 탕액서례(湯液序例) — 採藥法·乾藥法·煮藥法·煎藥法·服藥法, 허준, 1613 — 위키문헌 「동의보감/탕액편」(ko.wikisource.org), 한의학고전DB(mediclassics.kr)
- 「동의보감」 해제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encykorea.aks.ac.kr)
이미지 출처 및 라이센스
- 「동의보감」 본문 면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