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작은 우주입니다
— 신형(身形)과 양생
병을 고치기 전에, 몸을 어떻게 바라보고 보살필 것인가
동의보감은 사람의 몸을 하나의 작은 우주로 보았습니다. 하늘의 사계절은 사람의 팔다리에, 땅의 풀과 나무는 머리카락과 털에, 해와 달은 두 눈에 견주어 설명했습니다. 몸 안에는 오장육부(五臟六腑)가 들어 있고, 밖으로는 근육과 뼈·혈맥·피부가 형체를 이루며, 안의 장부와 밖의 형체가 서로 이어진 하나의 흐름이라는 관점이 동의보감 인체관의 바탕입니다.
이 관점을 한 장의 그림으로 압축한 것이 책 첫머리의 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입니다. 사람을 옆에서 본 모습으로 그려, 척추를 따라 정(精)·기(氣)·신(神)이 위아래로 도는 길을 함께 담았습니다. 단순한 해부도가 아니라, 정·기·신이 몸 안을 순환하며 생명을 유지한다는 양생(養生)의 시각이 담긴 그림입니다. 그래서 동의보감을 펼치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병명이나 처방이 아니라, "몸을 어떻게 바라보고 보살필 것인가" 하는 큰 그림입니다.
동의보감이 거듭 강조한 핵심은 "병은 양생이 부족한 데서 온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수양과 절제가 먼저이고, 약과 침은 그다음이라는 예방 중심의 사상입니다.
사계절·낮밤의 리듬에 몸을 맞춥니다
동의보감은 자연의 리듬에 생활을 맞추는 것을 양생의 기본으로 삼았습니다(사기조신, 四氣調神). 봄에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기운을 펴고, 여름에는 햇볕을 싫어하지 말고 활동하며, 가을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겨울에는 일찍 자되 해가 뜨기를 기다려 늦게 일어나며 따뜻함을 지키라고 했습니다. 계절마다 자고 일어나는 때와 활동의 정도를 달리하는 것은, 몸이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인체관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지침입니다.
과로·과식·과욕을 경계하는 절제
동의보감 양생론의 또 하나의 큰 줄기는 절제입니다. 지나치게 일하여 몸을 혹사하지 말고, 음식을 과하게 먹지 말며, 욕심을 절제하라는 가르침이 반복됩니다. 적게 말하고 욕심을 줄이며 맛이 진한 음식을 멀리하라는 권고는, 기운과 정(精)과 혈(血)을 함부로 소모하지 않으려는 뜻입니다. 좋은 것을 더 보태기보다 해로운 것을 덜어 내고 무리하지 않는 데에서 건강이 지켜진다고 본 셈입니다.
마음 다스림을 모든 양생의 앞에 둡니다
동의보감은 몸을 기르는 일보다 마음을 기르는 일을 앞에 두었습니다. 마음이 흔들리면 기운이 흩어지고, 마음이 고요하면 기운이 안정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기쁨·노여움·근심·생각 같은 감정의 동요가 오장을 상하게 한다고 여겼으므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일이 곧 병을 미리 막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약을 쓰기 전에 마음부터 다스리라는 이 가르침이 동의보감 양생론의 가장 깊은 바탕입니다.
오늘 바로 실천하는 양생 습관
養 신형문이 권하는 생활 양생 6가지
- 해의 흐름에 맞추어 잠들고 일어납니다. 밤에는 일찍 쉬고 낮에는 활동하는 자연의 리듬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겨울에는 해가 뜬 뒤 일어나 따뜻함을 지키는 것을 권했습니다.
- 적당히 움직이되 무리하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알맞게 움직이는 것을 권했습니다. 다만 지나친 노동은 기운을 상하니, 가벼운 산책·일상 활동을 꾸준히 하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 음식은 담백하게, 배부르기 전에 멈춥니다. 맛이 진하고 기름진 음식을 줄이고 과식을 피하세요. 늘 조금 모자란 듯 먹는 절제가 위장과 혈기를 기른다고 보았습니다.
- 말과 감정을 절제합니다. 말을 적게 하여 안의 기운을 아끼고, 기쁨·노여움·근심이 지나치지 않도록 마음을 고르게 가지는 것만으로도 오장을 보호한다고 보았습니다.
- 욕심을 덜고 마음을 비웁니다. 지나친 욕심과 집착은 정신을 어지럽히고 정기를 소모합니다. 바라는 것을 줄이고 마음을 단순하게 하는 일이 양생의 핵심에 가깝습니다.
- 잠시라도 마음을 고요히 합니다. 하루 중 잠깐이라도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두세요. 마음이 안정되면 원기가 굳어져 병을 미리 막는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자료
- 「동의보감」 내경편 신형문(身形門), 허준, 1613 — 한의학고전DB(mediclassics.kr), 위키문헌 「동의보감/내경편」
- 신형장부도 및 동의보감 양생론 관련 학술 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미지 출처 및 라이센스
- 「동의보감」 본문 면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