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약이 된다
동의보감이 가장 앞머리에 적어 둔 물 이야기「동의보감」 탕액편(湯液篇)은 약으로 쓰는 온갖 재료를 다룬 본초(本草) 모음입니다. 그런데 풀뿌리도, 나무껍질도, 광물도 아닌 물(水部, 수부)이 그 맨 앞에 놓여 있습니다. 옛 의서는 물을 그저 마시는 무엇이 아니라, 종류와 길은 때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는 하나의 약재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우물물·샘물·빗물·눈 녹인 물을 일일이 나누어, 같은 물이라도 다르게 다루었습니다. 오늘은 그 오래된 시선을 가볍게 들여다봅니다.
왜 물을 맨 앞에 두었을까
天一生水 (천일생수)하늘이 처음으로 물을 낳습니다.
옛 사람들은 만물이 생겨나는 차례에서 물이 가장 먼저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동의보감」 탕액편도 약재의 첫머리에 수부(水部)를 두고, 약으로 쓰는 물 여러 종류를 나란히 적었습니다. 통설로는 30종이 넘는 물을 종류별로 갈라, 각기 성질과 쓰임을 달리 보았다고 전해집니다. 물을 그저 한 가지로 뭉뚱그리지 않고, 길은 때·고인 곳·흐르는 모양에 따라 다른 것으로 여긴 셈입니다. 물론 이는 당시의 세계관에 따른 분류이며, 오늘날의 과학적 분석과는 다른 옛 관점입니다.
물에도 이름이 있었다 — 정화수·한천수·국화수·납설수
탕액편 수부에는 오늘날 들으면 정겨운 이름의 물들이 줄지어 나옵니다.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정화수(井華水)로, '새벽에 처음 길은 우물물'을 가리킵니다. 정성스레 떠 올리는 첫 물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흔히 정화수라 하면 이 새벽 우물물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井華水 (정화수)새벽에 처음 길어 올린 우물물입니다.
이 밖에도 찬 샘물인 한천수(寒泉水), 국화 밑에서 나온 물이라 전하는 국화수(菊花水), 섣달에 내린 눈을 녹인 납설수(臘雪水), 봄에 처음 내린 빗물인 춘우수(春雨水), 가을 이슬을 받은 추로수(秋露水) 등 물의 이름이 계절과 자연을 따라 다양하게 붙었습니다. 옛 의서는 이렇게 길은 때와 자리가 다른 물을 서로 다른 성질로 보았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같은 물이라도 가벼이 보지 않았다
물을 여러 종류로 나눈 데에는, 물을 함부로 여기지 말라는 옛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똑같아 보이는 물도 길은 시각과 고인 자리에 따라 다르게 쓰였으니, 그만큼 물 한 모금을 귀하게 다룬 것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분명히 짚을 점이 있습니다. 옛 분류는 어디까지나 당시의 관점이며, 위생과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자연수를 그대로 마시는 것은 오늘날 권할 일이 아닙니다. 빗물·눈 녹인 물·고인 물 같은 자연수에는 오염 물질이나 미생물이 섞일 수 있으므로, 우리가 마시는 물은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된 물이어야 합니다. 옛 이야기는 이야기로 즐기고, 마시는 물은 현대의 기준으로 안전하게 고르시면 됩니다.
물을 슬기롭게 마시는 생활 습관
水 물을 슬기롭게 마시는 생활 습관 6가지
-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십니다. 마시는 물은 위생적으로 관리된 수돗물이나 정수한 물, 끓여 식힌 물을 고르세요. 출처가 분명치 않은 약수터 물이나 고인 자연수를 함부로 마시는 일은 피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 하루 적당량을 나눠 마십니다. 한 번에 몰아 마시기보다 하루 동안 조금씩 자주 나눠 마시는 편이 몸에 부드럽습니다.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미리 한 모금씩 챙겨 보세요.
- 아침에 물 한 잔으로 하루를 엽니다. 자고 일어난 뒤 미지근한 물 한 잔을 천천히 마시면 밤사이 마른 몸을 부드럽게 깨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옛 사람들이 새벽 첫 물을 귀히 여긴 마음을, 깨끗한 물 한 잔으로 가볍게 이어 보세요.
- 너무 차갑지 않게 마십니다. 얼음처럼 찬 물을 한꺼번에 들이켜기보다, 속이 편하도록 지나치게 차지 않은 물을 권합니다. 특히 식사 직후나 속이 냉할 때는 찬물을 삼가시는 편이 좋습니다.
- 끓여 식힌 물·미지근한 물을 활용합니다. 물맛이 걱정되거나 속이 예민한 날에는 한 번 끓였다가 알맞게 식힌 물이 부담이 적습니다. 미지근한 물은 차가운 물보다 몸에 순하게 받아들여집니다.
- 단 음료·카페인 대신 물로 갈증을 달랩니다. 갈증이 날 때 단 음료나 커피로 채우면 오히려 수분이 빠져나가기 쉽습니다. 기본은 물로 채우고, 카페인 음료는 적당히 즐기는 정도로 두세요.
참고 자료
- 「동의보감」 탕액편 수부(水部), 허준, 1613 — 한의학고전DB(mediclassics.kr), 위키문헌 「동의보감/탕액편」
- 물의 분류와 명칭(정화수·한천수·국화수·납설수 등) — 위키문헌 「동의보감/탕액편」 교차 확인
이미지 출처 및 라이센스
- 「동의보감」 박물관 전시본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