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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외형편 · 毛髮門

머리카락은 피의 나머지

동의보감이 본 모발과 피·신기(腎氣)의 인연

한의학에서 머리카락은 그저 머리 위에 난 터럭이 아니라, 몸 안쪽의 살림살이가 밖으로 드러나는 거울로 여겨졌습니다. 옛 의서는 머리카락의 윤기와 빛깔, 빠지고 세는 모습을 곧잘 몸속 '피(血)'와 '신기(腎氣)'의 상태와 이어 살폈습니다. 그 바탕에 깔린 오래된 말이 바로 "발자혈지여(髮者血之餘)", 곧 "머리카락은 피의 나머지"입니다. 「동의보감」 외형편 모발문(毛髮門)은 이 관점을 이어받아, 모발을 피와 신(腎)이 넉넉한지를 비추어 보는 자리로 다루었습니다.

동의보감 본문 면
「동의보감」(1613) 본문 면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01

왜 머리카락을 '피의 나머지'라 했을까

髮者血之餘 (발자혈지여)머리카락은 피의 나머지입니다.

옛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피로부터 길러진다고 보았습니다. 피가 넉넉하고 잘 돌면 머리카락이 빽빽하고 검으며 윤이 나고, 피가 모자라면 머리카락이 메마르고 희어지며 쉬 빠진다고 풀이한 것입니다. 그래서 '피가 충분한지'를 가늠하는 한 가지 단서로 모발을 살폈습니다. 물론 이는 전통적 해석의 틀이며, 머리카락의 변화를 한 가지 원인으로만 단정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02

머리카락과 신(腎)을 묶어 본 까닭 — 腎華在髮

腎之合骨也 其榮髮也 (신지합골야 기영발야)신(腎)은 뼈와 짝하고, 그 영화로움(榮)이 머리카락에 나타납니다.

「황제내경」에는 신이 뼈를 주관하고 그 빛남이 머리카락으로 드러난다는 구절이 전합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흔히 쓰는 "신화재발(腎華在髮)", 곧 '신의 영화가 머리카락에 깃든다'는 표현입니다. 한의학에서 신은 정(精)을 갈무리하는 곳으로 여겨졌으니, 모발은 피뿐 아니라 신의 기운까지 함께 비추어 보는 자리였던 셈입니다. 머리카락이 검고 윤택하면 피와 신기가 넉넉하다고 보았고, 일찍 희거나 힘없이 빠지면 그 기운이 쇠한 신호로 풀이했습니다.

03

나이가 들면 왜 머리카락이 변할까 — 옛 의서가 본 흐름

五八 腎氣衰 髮墮齒槁 (오팔 신기쇠 발타치고)마흔 무렵 신기가 쇠하면, 머리카락이 빠지고 이가 마릅니다.

「황제내경」은 사람의 한살이를 신기의 성쇠로 풀어, 남자는 여덟 살에 신기가 차올라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고(髮長齒更), 마흔 무렵(五八)에 신기가 쇠하면 머리카락이 빠지며, 마흔여덟 무렵(六八)에는 얼굴이 그을리고 귀밑머리가 희끗해진다(髮鬢頒白)고 적었습니다. 나이가 들며 피와 신기가 차츰 줄어드는 흐름을, 머리카락의 변화로 읽어 낸 것입니다. 다만 이는 당시의 이해 방식일 뿐이며, 탈모나 백발의 원인은 사람마다 매우 다양합니다.

04

모발 건강을 돕는 실천법

모발을 돕는 일상 습관 6가지

  • 충분히 자고 과로를 줄입니다. 모발을 기르는 피와 신기는 잘 쉴 때 갈무리된다고 보았습니다. 늦게까지 무리하기보다 규칙적이고 충분한 잠을 확보하고, 과로를 피하세요.
  • 검은 음식을 곁들입니다. 전통적으로 검은콩·검은깨처럼 검은빛 나는 음식을 모발과 신(腎)에 좋게 보아 즐겼습니다. 약 복용·처방이 아니라 평소 식단에 부담 없이 곁들이는 정도로 활용해 보세요.
  • 두피를 부드럽게 빗질하고 지압합니다. 손끝이나 빗으로 두피를 가볍게 쓸어 주고 천천히 눌러 주면 긴장이 풀립니다. 세게 긁거나 당기지 말고 부드럽게 하세요.
  • 과도한 열·세기를 피합니다. 너무 뜨거운 바람으로 오래 말리거나 잦은 염색·파마로 모발과 두피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 세게 당기는 머리 묶음을 피합니다. 머리카락을 늘 팽팽하게 당겨 묶으면 모근에 부담이 갑니다. 느슨하게 묶고, 때때로 풀어 두피를 쉬게 하세요.
  • 스트레스를 다스립니다. 마음의 긴장이 오래 이어지면 몸도 함께 지칩니다. 가벼운 산책·심호흡·휴식으로 마음을 풀어 주는 습관이 곧 모발을 아끼는 생활로 이어진다고 보았습니다.
옛 의서가 머리카락을 피와 신기에 이어 살핀 데에는, 몸을 따로 떨어진 부품이 아니라 서로 이어진 하나로 보던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머리카락은 피의 나머지"라는 오래된 말은, 모발을 챙기려면 두피만 만질 것이 아니라 충분히 쉬고, 무리하지 않으며, 몸 전체를 고르게 돌보라는 권고로 읽힙니다.
알려 드립니다. 이 글은 「동의보감」의 전통 의학 관점을 소개하는 교양 정보이며,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탈모나 백발이 심하거나 갑작스럽게 진행된다면, 또는 두피에 뚜렷한 이상이 보인다면 반드시 피부과 등 전문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 「동의보감」 외형편 모발문(毛髮門), 허준, 1613 — 한의학고전DB(mediclassics.kr), 위키문헌 「동의보감」
  • 「황제내경」 소문 상고천진론(上古天眞論) — "丈夫八歲腎氣實髮長齒更 … 五八腎氣衰髮墮齒槁 … 六八陽氣衰竭於上面焦髮鬢頒白"
  • 「황제내경」 소문 오장생성편(五藏生成篇) — "腎之合骨也 其榮髮也"

이미지 출처 및 라이센스

  • 「동의보감」 본문 면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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