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동의보감 탕액편 · 果部

약이 되는 과일

동의보감 탕액편이 본 흔한 과일의 또 다른 얼굴

「동의보감」은 단순한 처방집이 아니라, 약으로 쓰인 온갖 재료를 한데 모아 정리한 방대한 본초(本草) 사전이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탕액편(湯液篇)은 물·흙·곡식부터 날짐승·들짐승·물고기·벌레·과일·채소·풀·나무·돌·쇠붙이에 이르기까지, 약이 될 만한 것들을 갈래로 나누어 적어 두었습니다. 그 한 갈래가 바로 과부(果部), 곧 '과일 편'입니다. 오늘 우리가 후식으로 즐기는 흔한 과일들이 옛 의서에서는 성질과 쓰임을 따져 가며 약재로도 다루어졌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동의보감 본문 면
「동의보감」(1613) 본문 면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01

밥상 위의 과일이 약재가 되기까지

옛 의학은 음식과 약을 칼로 자르듯 나누지 않았습니다. 늘 먹는 곡식과 채소, 과일에도 저마다의 성질(性)과 맛(味)이 있어, 그 성질이 몸의 치우침을 고르게 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탕액편 과부에는 대추·밤·배·매실·감·호두처럼 누구에게나 친숙한 과일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각 항목에는 그 과일이 따뜻한지 서늘한지, 맛이 단지 신지, 어떤 불편을 다스린다고 보았는지가 짤막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는 당시의 이해 방식이며, 특정 과일이 병을 낫게 한다고 단정한 기록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02

대추 — 비위를 다독이는 단맛 — 大棗(대조)

養脾氣 平胃氣 (양비기 평위기)비(脾)의 기운을 기르고 위(胃)의 기운을 고르게 한다고 보았습니다.

과부에서 대추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는 과일로 적혀 있습니다. 옛 의서는 대추가 속(중초, 中焦)을 편안히 하고 기운을 도우며(補中益氣) 마음을 안정시킨다고 풀이했습니다. 단맛이 비위를 다독인다고 본 셈입니다. 한약 처방에 대추가 자주 곁들여지는 것도, 여러 약재의 성질을 부드럽게 어울리게 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대추를 차로 달여 마시거나 음식에 넣어 단맛과 향을 더하는 것도 이런 전통과 맞닿아 있습니다.

03

배와 매실 — 열을 식히고 입맛을 돋우다 — 梨(이)·烏梅(오매)

梨 除客熱 止心煩 (이 제객열 지심번)배는 떠도는 열을 없애고 가슴이 답답한 것을 가라앉힌다고 보았습니다.

배는 성질이 서늘한 과일로 분류되어, 옛 의서는 갈증을 풀고(止渴) 열로 인한 답답함과 마른기침을 누그러뜨리는 데 좋게 보았습니다. 대추가 '따뜻하게 다독이는' 과일이라면, 배는 '서늘하게 식혀 주는' 과일로 짝을 이루는 셈입니다. 한편 매실을 그을려 말린 오매(烏梅)는 신맛으로 갈증과 가슴의 열기를 가라앉히고, 기침과 무른 변을 거두어 준다고 전합니다. 같은 과일이라도 날로 먹느냐, 익히거나 말려 쓰느냐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고 본 점이 옛 본초학의 특징입니다.

04

과일을 약처럼 누리는 생활 습관

과일을 약처럼 누리는 생활 습관 6가지

  • 대추는 차로 즐깁니다. 마른 대추 몇 알을 물에 넣어 은근히 달여 따뜻한 대추차로 마셔 보세요. 음식에 곁들여 단맛과 향을 더하는 것도 좋습니다. (약 복용·처방과는 다른 음식·차 수준의 활용입니다.)
  • 마른기침·갈증에는 배를 곁들입니다. 공기가 건조해 목이 칼칼하고 갈증이 날 때, 서늘한 성질의 배를 적당히 곁들이면 입안과 목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다만 증상이 길어지면 음식으로 버티지 말고 진료를 받으세요.
  • 제철 과일을 적당량 즐깁니다. 그 계절에 나는 과일을 한 번에 몰아 먹기보다, 끼니 사이에 조금씩 나누어 즐기는 편이 속에 부담이 적습니다.
  • 너무 차게, 너무 많이 먹지 않습니다. 서늘한 성질의 과일을 차게 해서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거나 무를 수 있습니다. 위장이 약한 분은 실온에 두었다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 매실로 입맛과 소화를 돕습니다. 신맛이 도는 매실청이나 매실차를 물에 옅게 타서 즐기면 입맛을 돋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진하게·과하게 마시지 말고 가볍게 즐기세요.
  • 단 과일은 당 섭취를 의식해 적당히. 과일에도 자연당이 들어 있으니, 혈당 관리가 필요한 분이라면 양과 횟수를 조절하고 필요 시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옛 의서가 흔한 과일 하나하나의 성질과 맛을 따져 적어 둔 데에는, 매일의 밥상이 곧 몸을 돌보는 자리라는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과일을 '약'으로 떠받들 것까지는 없지만, 제철에 나는 것을 알맞게, 너무 차거나 과하지 않게 누리는 작은 습관이야말로 옛사람들이 과부(果部)에 적어 두고 싶었던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알려 드립니다. 이 글은 「동의보감」 탕액편의 전통 의학 관점을 소개하는 교양 정보이며,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어떤 과일도 질병을 치료하지 못하며, 식이로 치료를 대신해서는 안 됩니다. 불편한 증상이 이어진다면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혈당 관리가 필요한 분은 과일 섭취량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 「동의보감」 탕액편 과부(果部), 허준, 1613 — 한의학고전DB(mediclassics.kr), 위키문헌 「동의보감/탕액편」
  • 대조(大棗)·이(梨)·오매(烏梅) 본초 항목 —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연구센터(herba.kr), 약학정보원(health.kr)

이미지 출처 및 라이센스

  • 「동의보감」 본문 면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 허준과 동의보감 이야기로 돌아가기
관리자 페이지